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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정보

2025년 칸 영화제 결산: 미학보다 연대, 거장보다 메시지

by happylife0315 2025.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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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의 심장이라 불리는 칸 국제영화제(Cannes Film Festival)가 2025년 제78회를 맞이해 5월 24일 폐막했습니다.
올해 칸은 어느 해보다 사회적 메시지와 연대, 인간성에 대한 깊은 시선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스타 감독과 거대 제작사가 몰린 가운데, 주목을 받은 건 화려한 미장센도, 스펙터클도 아닌 ‘사람 이야기’, ‘현실’ 그리고 ‘저항’이었습니다.

 

🎬 황금종려상: 자파르 파나히의 《그건 사고였을 뿐이었다》

2025년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Palme d'Or)은 이란 출신 감독 자파르 파나히(Jafar Panahi)의 작품《그건 사고였을 뿐이었다(It Was Just an Accident)》에 돌아갔습니다.

이 영화는 파나히 감독이 이란 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으로, 이란 사법체계와 고문 실태를 날카롭게 고발합니다.
검열 없이 제작된 이 영화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감독에게 어떤 처벌이 따를지 예측조차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만들어졌습니다.칸은 파나히를 단순한 수상자가 아닌 표현의 자유를 향한 연대의 상징으로 세웠습니다.

칸 영화제는 2011년에도 파나히의 몰래 제출된 작품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를 공식 상영하며 꾸준히 그의 활동을 지지해왔습니다.

 

🎥 최우수상: 요아킴 트리에의 《감성적인 가치(Sentimental Value)》

덴마크 감독 요아킴 트리에(Joachim Trier)는 부녀 관계 회복이라는 사적이고 섬세한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작품은 한때 유명했던 영화감독이 오랜 시간 소원했던 딸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과정을 따릅니다.
예술을 통해 상처를 회복해가는 과정을 진부하지 않게 풀어낸 이 영화는 “예술이 치유다”라는 진부한 주제를 가장 탁월하게 풀어낸 예외작이라는 평을 받았습니다.

  • BBC: “2025년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다”
  • 버라이어티: “클리셰의 놀라운 반전”

트리에 감독은 이 작품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또 하나의 정점을 더했습니다.

 

✍️ 최우수 각본상: 다르덴 형제의 《젊은 엄마들(Young Mothers)》

뤼크 다르덴(Luc Dardenne)과 장 피에르 다르덴(Jean-Pierre Dardenne) 형제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그려내며 최우수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젊은 엄마들》은 10대 미혼모들이 머무는 쉼터를 배경으로, 제도 밖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절박한 생존기와 계급의 벽을 이야기합니다.
기술과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하는 와중에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한 영화를 만드는 다르덴 형제의 일관성은 여전히 건재합니다.

 

🌍 칸 영화제, 왜 특별했는가?

2025년 칸은 스타 중심, 미학 중심의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메시지’와 ‘연대’에 집중한 해였습니다.
특히:

  • 표현의 자유를 박탈당한 감독에게 상을 수여한 선택
  • 가족의 치유와 인간성의 복원을 그린 드라마에 주목
  •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담은 각본에 박수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칸 영화제가 가진 정체성과 영화 예술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  한국 영화는 어디에?

아쉬운 점은 한국 영화의 존재감 부족입니다.
본선 경쟁 부문은 물론 주요 부문에서 한국 작품은 단 한 편도 오르지 못했습니다.
단편/학생 경쟁 부문에서만 일부 진출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 현상은 일시적인 침체일 수 있지만, 지금 한국 영화계가 놓치고 있는 ‘이야기’와 ‘시선’이 무엇인지 되짚어보아야 할 타이밍일지도 모릅니다.

 

📌 2025 칸 영화제 주요 수상작 요약

수상 부문: 수상작: 감독: 국적
황금종려상 《그건 사고였을 뿐이었다》 자파르 파나히 이란
최우수상 《감성적인 가치》 요아킴 트리에 덴마크
최우수 각본상 《젊은 엄마들》 다르덴 형제 벨기에
 
 

¶ 결론: 영화, 다시 사람을 이야기하다

2025년 칸 영화제는 ‘영화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근본적 질문에 가장 영화다운 방식으로 답한 한 해였습니다.
상업성과 스타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 감독의 용기와 사회적 메시지에 가치를 부여한 선택은 칸을 여전히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자리매김하게 합니다.

영화가 아름다운 이유는, 세상을 바꾸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눈을 잠시 멈추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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